축구판에서 실용주의란 과연 무엇일까



 실용주의(pragmatism)라는 오해: 축구 전술의 새 관점

축구판에서 ‘실용주의’라는 용어는 종종 ‘수비 축구’나 ‘비관적 축구’와 동의어로 쓰입니다. 빅 샘(샘 앨러다이스)이나 토니 퓰리스 같은 감독들의 축구가 대표적 예시로 자주 언급되지요. 반면 펩 과르디올라, 잔 피에로 가스페리니, 마르셀로 비엘사 등 ‘공격적·이상주의적’ 전술을 구사하는 감독들은 ‘이상주의’라는 별칭을 얻습니다.

그러나 ‘실용주의’와 ‘이상주의’를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이 과연 옳은가 의문을 제기한 이는 전술서 저자이자 축구사 권위자인 조나단 윌슨(Jonathan Wilson)입니다. 그의 저서 『축구철학의 역사』(Inverted Pyramid)에서 윌슨은, “어떤 전술이든 결국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 선택된 방법이라면 모두가 실용주의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말합니다.


1. 펩 과르디올라의 실용주의

펩 자신은 줄곧 “축구의 본질은 상대보다 더 많은 골을 넣는 것”이며, “내 전술은 승리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즉, 그의 포지셔널 플레이, 압도적 공 점유율, 높은 빌드업 철학 모두 ‘이상주의’가 아닌 ‘실용주의’의 일종인 셈입니다. 다만, 이 방식이 일반 팀이 따라 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으며 ‘고차원적 이상주의’로 분류될 뿐입니다.

2. 비엘사의 철학과 실용주의

마르셀로 비엘사는 확고한 축구 철학을 고수하는 ‘이상주의자’처럼 보이지만, 그는 늘 이렇게 말합니다. “내 전술을 끝까지 고집하는 이유는, 그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요. 즉 결과를 위해 선택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그의 축구 또한 실용주의에 해당합니다.

3. 알레그리의 철학적 접근에 대한 비판. 

유벤투스의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는 “축구는 철학이 아닌 장인의 기술”이라며 지나친 전술 논쟁을 경계했습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전술가들이 구름 위에 머물지 말고, 발을 딛고 현실을 봐야 한다”며 실용적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했죠. 결국 알레그리가 유벤투스에서 구사한 직선적·종적 전진 축구도, 팀에 최적화된 ‘실용주의적’ 결정이었습니다.

4. 벤투의 월드컵 전략

‘실리적인 축구’를 둘러싼 논쟁은 한국 대표팀 시절 파울루 벤투 감독 때도 뜨거웠습니다. 월드컵 무대에서는 수비 라인을 내리고 역습을 노리는 ‘실리 축구’가 최선이라는 의견이 많았지요. 벤투 감독 역시 선수단의 장·단점을 고려해, 승리 가능성이 높은 기존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이 역시 ‘상황에 맞는 전술 선택’이라는 의미에서 실용주의로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실용주의’는 단순히 ‘수비 축구’가 아니라 “팀의 속성, 상대 전력, 대회 성격 등을 두루 고려해 최적의 방법을 선택하는 태도”를 가리킵니다. 따라서 펩·비엘사·알레그리·벤투의 다양한 전술 스타일은 모두 넓은 의미의 실용주의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실용주의’라는 용어를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축구 전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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