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라이커?, 인버티드윙어? 로베르 피레스는 어떻게 이피엘을 바꿨는가.

 

20년 전만해도 측면에 있는 윙어들이 공을 잡으면 팬들이 외치는 단 한마디였습니다. “크로스를 올려” 라고 관중들은 외치곤 했죠.

왼쪽에 있는 선수는 왼발로 크로스를 올리고 오른쪽에 있는 윙어는 오른발로 크로스 올린다. 뻔한 얘기이고 당연한 얘기였습니다.


그러나 요새의 윙어들은 과거의 윙어들과 다른 모습을 더 기대하고 있죠. 바로 득점입니다.

이렇게 역전된 상황을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건 득점 테이블입니다.





허나 최근 득점왕 순위표를 보면 윙어들 역시 상위권에 포진되어있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들 대부분은 주발과 반대위치에서 뛰는 역발윙어들이 대부분이죠.


어째서 이렇게 변화한 것일까요.

 

이는 피엘내 축구전술의 변화흐름과 연관이 깊습니다.

 

점점 더 크로스말고 윙어에게 다른 것을 요구하기 시작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흐름의 시작은 에릭 칸토나의 등장이 컸습니다. 에릭 칸토나는 중앙공격형 미드필더 자리 이른바 hole에 위치하며 여기저기 스루패스를 뿌리면서 이피엘 정상으로 맨유를 들어올렸습니다.


이러한 위력을 직접 몸소 체험한 각팀들은 자신들만의 에릭칸토나를 가지길 원했습니다. 베르캄프, 졸라, 주니뉴 등이 그 예시죠.

 

 그리고 스루패스를 뿌려주는 no10이 등장하자 이를 받아줄 공격수들 역시 필요했습니다. 크로스만이 아니라 스루패스 역시 공격수가 받아줄 필요가 생긴 것이고, 때론 크로스보다 스루패스받는게 공격수에게 더 필요한 덕목이 되곤 했습니다.


 오언과 아넬카가 바로 그렇게 상대 뒷공간을 괴롭히는 새로운 no9이었죠. 아넬카와 오언은 자신의 장기인 스피드를 바탕으로 스루패스를 받으며 상대 수비들을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전술흐름이 이렇게 변하자 윙어들에게도 감독은 다양한 요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있어서 선구자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로베르 피레스와 아르센벵거였습니다.


로베르 피레스는 아스날로 오기전 커리어 대부분을 no10 중앙 공미 자리에서 뛰었지만 유스시절 리저브 감독인 필립 힌슈베르거 감독에 의해 왼쪽윙어 자리에서 뛰는 경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오른발이기에 왼쪽 윙어로 뛰는걸 낯설게 생각했지만 감독의 요구였으니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죠. 그리고 이 경험은 피레스 커리어에 있어서 중요한 경험이 되었죠.



 그리고 그 경험은 이피엘을 진정으로 바꾼 혁명가 아르센벵거를 만나면서 시너지를 발휘하게되었습니다.

 
 벵거는 이피엘에서 킥앤러시 기반의 잉글랜드 축구에 패스게임을 들여오며 잉글랜드 축구계를 말그대로 뒤집어엎어놓고 있었습니다.

 
 그가 주로 사용던 포메이션은 442였습니다. 그시절 아스날의 톱은 앙리와 베르캄프였죠. 이 투톱은 뛰어난 패스와 침투, 마무리를 갖춘 선수들이었지만 한가지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헤더였습니다.  이 투톱 둘다 공중볼에 능한 타입이 아니였고 그렇기에 아스날의 윙어는 크로스만 올리는 선수가 아닌 새로운 유형의 윙어가 필요했습니다.


 아르센 벵거는 피레스가 오기전에도 양발윙어인 오베르마스를 왼쪽에 기용해서 기존 윙어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전술기용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베르마스가 바르셀로나로 떠나자 그는 자신이 프랑스리그에 있던 시절 눈여겨봤던 로베르 피레스를 떠올렸습니다.

 

로베르 피레스가 아스날 왔던 그시절을 훗날 회고하길

 

“아르센 벵거가 나에게 와서는 오베르마스를 대체하기 위해 왼쪽윙을 뛰어야할 것이다. 거기서 뛸 수 있냐? 라고 물어봤다. 나는 과거에 그자리에서 뛰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네 뛸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왜 오른발잡이가 왼쪽에서 뛰냐고 혼란스러워했다”

 

라고 했다고 했죠.

 

그리고 벵거의 생각은 바로 적중했습니다.

 

피레스는 첫시즌 8골 10어시로 첫시즌부터 범상치 않은 퍼포먼스를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시즌 중간에 십자인대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리그 9골 15어시를 기록하며 아스날이 리그와 fa더블 달성하는데 있어서 최고 수훈으로 뽑히며 올해의 선수로 뽑혔습니다.





그 다음시즌에도 15골, 14,14골을 기록하면서 3세즌 연속 두자리수 득점을 보여주며 00년대, 새시대의 윙어는 이런 모습이다 라는 것을 잉글랜드 전역에 알렸습니다.

 

앙리,피레스, 애슐리콜로 이어지는 왼쪽라인은 다른 이피엘팀들에게는 재앙에 가까운 공격 트리오였습니다.

 

 피레스가 안쪽으로 들어갈 때 앙리가 좌측으로 빠지면서 공략하거나 혹은 피레스 앙리 둘다 안쪽으로 들어가서 수비를 중앙에 밀집시키면 애슐리콜이 오버래핑하는 등,

 

다양한 패턴을 선보였고 앙리와 피레스는 서로 29골을 합작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앙리는 자신이 플레이 했던 파트너중 최고의 파트너로 ‘피레스’를 뽑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피레스의 활약은 당시 이피엘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피레스 역할에 대해 당시에는 지칭하는 용어마저도 없던 시절이었죠.

 

국내에서는 피레스가 득점을 많이하는 모습을 두고 미들라이커라고 부르기도 했죠.

 

영국에서는 첨에는 윙어가 inside-out winger라고 지칭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inverted winger라는 말을 처음쓰기 시작한 것은 2010년도로 조날마킹으로 유명한 축구평론가  마이클 콕스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시절 우측으로 기용되던 레예스와 로이호지슨이 오른쪽에 기용하던 데미안더프를 두고 inverted winger라고 지칭해서 시작이었고 이를 훗날 피파에도 해설로 등장하는 마틴테일러가 인용하면서 널리퍼졌습니다.

http://www.zonalmarking.net/2010/03/01/atletico-madrid-4-1-valencia-atletico-simply-tire-out-nine-man-valencia/


*최초로 인버티드 윙어란 말이 사용된 당시 칼럼


우리는 이피엘에서 수많은 피레스의 후예들을 보고 있습니다.


오늘날 스털링, 마네, 살라같이 측면에서 직접 득점을 노리는 포워드들이 득점순위에 올라가 있고 베실바, 지예흐 같은 플레이메이커 성향을 가진 선수들이 반대쪽 발이 있는 측면에 서는게 낯선 모습이 아니게 된 것에는 그전에 이렇게 좋은 활약을 보였던 피레스가 선구자로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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